97년 외환위기 당시 30억달러대로 줄기도 했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나 한국이 세계 4위의 외환보유국이 됐다. 외환보유액이 올 들어 6개월 만에 100억달러가량 급증하자 경제 규모에서 세계 13위인 한국이 이처럼 많은 외환을 보유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28억800만달러 늘어난 1124억3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외환보유액 규모에서 종전 4위이던 홍콩을 제치고 일본 중국 대만에 이어 4위로 올라서게 됐다.
홍콩은 6월 말 외환보유액 규모를 10일경 발표하지만 최근 몇 달간 거의 변화가 없어 한국의 4위 차지는 거의 확실하다. 이는 한은이 예상한 것보다 6개월가량 일찍 4위에 오른 것.
15위를 모두 동아시아 국가가 차지했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보유 외환의 운용수익이 늘어난 데다 유로 및 엔화의 강세로 이들 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9월 신흥시장국의 적정 보유외환 보고서에서 충분한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의 방파제가 되지만 반대로 과도할 정도로 많은 외환보유액은 결국 국가 자원의 낭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쓰라린 경험을 한 일부 국가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외환을 보유하려는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IMF는 신흥시장국에 대해 1년 내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에 위기 때 거주자들이 빼내갈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유출 규모를 합한 금액 이상의 외환을 보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가위험도를 감안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632억705억달러 수준.
그러나 박승() 한은 총재는 금융위기가 다시 오더라도 국가신용을 지킬 수 있는 적정 수준은 900억달러라며 따라서 현재의 외환보유액은 적정 범위로 볼 수 있고 국가신용상태를 감안하면 조금 더 늘어나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약 900억달러이고 주로 단기자금인 기업의 해외 현지차입금이 약 200억달러여서 아직 외환보유액이 과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