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월드컵 후유증이 심각하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데다 금융권의 주5일 근무제와 일부 사업장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 경제계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에서 6월 내내 월드컵 응원 열기에 휩싸인 데 이어 월드컵 폐막 후에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이 많아 큰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인과 경제전문가들은 월드컵 4강의 경제적 효과가 수십조원이라는 것은 잠재적 효과를 말하는 것인데 벌써 선진국이 된 듯 착각하거나 오직 축구만이 전부인 듯한 잘못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의 6월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지난해 6월보다 40.5%, 올 5월보다는 46.1%나 격감했다. 월드컵 관전을 위한 6월 중 유급휴가가 1인당 18시간이나 된 데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부분 파업으로 인한 조업 손실도 86시간이나 됐기 때문.
현대차 측은 월드컵 및 파업에 따른 손실금액만도 4522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밀린 계약분을 소화하려면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월드컵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어 생산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월드컵 때문에 6월 매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을 한 유통업체들은 월드컵 후에도 근무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아 휴가를 빨리 쓰게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이선대 매니저는 월드컵이 끝나고 나니 모두 일은 안하고 휴가 갈 궁리만 한다면서 날씨까지 더워 차라리 휴가를 앞당기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은 미국의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지고 달러당 원화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는 등 국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완된 사회 분위기가 잡히지 않아 산업생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부원장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월드컵을 개최하고도 심한 경제난에 빠졌다면서 월드컵으로 얻은 국가 및 기업의 대외 광고 효과를 실제 생산과 판매로 연결하지 못하면 월드컵 개최에 사용한 돈만 날리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