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회는 5월25일까지 원 구성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장을 어느 당 출신으로 하느냐를 놓고 원내 1, 2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실랑이를 하느라 한 달을 허비했다. 그리고는 다시 상임위원장이란 감투싸움으로 시간을 끌었다. 마침내 국회가 상임위원회를 갖추고 제 모습을 찾은 것은 법정기한에서 한 달 반이나 지나서였다.
늑장국회의 감투싸움 결과는 이 나라 국회가 과연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입법기관이냐 하는 본질적 의문을 갖게 한다. 한나라당은 상임위원장을 경선하기로 한 당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3선 이상 의원에 위원장 자리를 나눠줬다. 민주당 또한 전문성보다 지역별 계파별로 나눠먹었다. 소수당인 자민련 역시 자리싸움이 심했다.
낙하산식 나눠먹기에서 입법에 요구되는 전문성은 뒷전에 밀릴 것이 보나마나다. 위원장뿐만이 아니다.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도 전문성과 상관없는 경우가 많았다. 물 좋다는 건설교통위 산업자원위 등에는 너도나도 줄을 서고 비인기 상임위라는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는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구태()가 재연됐다.
물 좋다는 게 뭔가. 생기는 게 많다는 소리다. 결국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민생을 위한 입법을 하기보다는 개인적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그랬다고 둘러대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을 입에 올리려면 이제는 국회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정당은 소모적 정권다툼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점에서 다른 당과 차별성을 보이고 국민 지지를 구해야 한다.
전문성 없는 위원장과 위원들이 만드는 법안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각 당은 지금이라도 전문성에 맞춰 상임위 배치를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최소한 지난 2년 동안 전문성을 닦아온 의원들을 엉뚱한 상임위에 배치한 경우는 당장 시정돼야 한다. 국민의 눈을 두려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