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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 해외로 해외로

Posted July. 14, 200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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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원-달러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해외여행과 외제 명품 과소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각종 단체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거창한 명목을 내걸고 해외연수나 해외시찰에 나서고 있으나 대부분 단순 관광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외제 명품을 사기 위한 원정관광도 성행하고 있다.

이 달 초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시도조합 이사장 14명은 선진교통문화 체험이란 명목으로 9박10일 동안 외유를 떠났으나 여행지가 택시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몽골과 러시아여서 조합원들의 빈축을 샀다.

또 일부 정부 부처는 해외시찰 명목으로 직원들의 외유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한 경제 관련 부처는 5월 업무와 관련한 해외시찰 명목으로 직원 3명을 유럽으로 1주일 정도 출장을 보냈으나 단순 관광이나 다름없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이 부처 관계자는 외국에서 사업을 도입할 경우 그 나라로 통상 현장 조사를 떠나는데 떠나기 전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팩스 등으로 받아 실제 외국에 가서는 관광을 하고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른 부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방송사들의 해외촬영 러시도 외환위기 이전의 양상으로 되돌아가 각 방송사의 아침프로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남미, 아프리카, 태평양의 작은 섬 등 세계 해외풍물기행 등이 등장하고 있다.

환율 인하를 틈타 외국의 유명 브랜드상품을 사기 위한 이른바 해외원정 명품쇼핑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12박13일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온 TCTG 여행사 가이드 선재구씨(33)는 한국 관광객들이 세일행사를 하고 있는 영국 히스로공항 면세구역의 발리 매장을 아예 싹쓸이하다시피 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며 환율 하락에다 명품세일이 맞물려 한국 명품족들의 해외원정 쇼핑이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들도 내국인을 상대로 한 매출 비율이 계속 높아져 신라면세점의 경우 1일부터 9일까지의 내국인 매출 비율이 총매출액의 3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를 크게 넘어섰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19일8월11일 하계성수기에 인천공항을 이용할 여행객은 외국인을 포함해 하루 평균 7만5500명으로 총 18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4일 전망했다.

이는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고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9만명보다 무려 14%나 늘어난 것이다.

한편 다음달 31일까지 해외여행자들에 대한 휴대품 검사가 강화된다.

관세청은 술 카메라 등 호화사치품을 세관 신고 없이 반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름 휴가철 휴대품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선미 박민혁 kimsunmi@donga.com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