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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장애인을 도울수있어요

Posted July. 30, 20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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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해 살라는 하느님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30일 연세대 입학 36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게 된 지체1급장애인 정덕환(56)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정씨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다.

연세대는 30일 장애인 복지와 자활에 힘쓴 공로를 인정해 정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66년 연세대 사학과에 입학한 정씨는 중고교 시절 전국유도선수권대회와 대통령배를 휩쓸며 대학 입학과 함께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러나 군에서 제대한 뒤 대학 3학년 때인 72년 훈련 중에 목을 크게 다쳐 전신이 마비됐고 유도는 물론 학업도 중단해야 했다. 전신마비 장애인이 다니기에는 당시 학교 시설이 너무 악조건이었던 것.

실의에 빠진 정씨는 76년 코치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부인 이순덕씨(54)가 미는 휠체어에 타고 모교를 다시 찾았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낙심한 채 휠체어를 타고 캠퍼스를 나오는데 이 땅의 장애인과 더불어 살라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목소리가 방황하던 정씨를 붙잡았다. 80년 일단 서울 구로구 구로4동에 구멍가게를 열어 새출발을 했고 이후 어렵게 모은 돈으로 83년 10월 구로구 독산동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에덴복지원을 세운 것. 에덴복지원은 이후 에덴하우스로 이름이 바뀌었고 정씨는 장애인복지관까지 세우며 본격적인 재활사업에 나섰다.

90년 복지재단으로 인가받은 에덴하우스는 99년 겨울 경기 파주시로 이전했으며 현재 뇌성마비, 정신지체 등 각종 중증 장애인 86명이 숙식을 함께하며 쓰레기용 봉투를 만들어 연간 매출이 30억원을 넘었다.

정씨는 장애인 복지사업을 평생사업으로 삼아 중증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 자신의 또 하나의 몸이 되어준 아내와 두 아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