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어제 남측이 오히려 남북 합의의 이행에 방해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남측은 (남북 합의에 대해) 신의있게 대하고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엉뚱한 시비를 걸어온 것이다. 그동안 갖가지 근거없는 이유를 갖다 대면서 남북 합의의 실천을 미루어오던 북한이 거꾸로 그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니 우리로서는 황당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조평통의 이번 발표는 오늘부터 시작되는 제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회의를 겨냥한 사전포석용이라는 분석도 가능할 것이다. 혹시 이번 회의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남측에 지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우리는 이번 경추위 회의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있다. 북한이 최근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는 데다 북-미(-), 북-일(-) 대화 분위기 조성 등 성과를 바랄 만한 주변 여건도 꽤 갖춰져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이번 회의는 경의선 착공일자를 확정하는 것을 비롯해 금강산댐 공동조사 등 올 하반기 남북관계의 큰 흐름을 결정짓는 자리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회의를 하루 앞두고 북한의 대표적 대남기구인 조평통이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내놓은 것을 보면 회의 결과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북한이 겉모습과는 달리 속마음은 과거에 비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북간의 대화국면에서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놓는 태도를 고수하는 한 진정한 의미의 남북 경협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주문은 사실 우리가 북한쪽에 대해 줄기차게 촉구해오던 말이다. 속사정이야 어찌됐건 이번에는 북한이 남측에 대해 그런 주문을 했으니만큼 북한은 경추위 회의에서 그 말의 의지를 실천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