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이 국민의 눈밖에 난 것은 오래 전부터다. 국가적 관심사항을 묻고 점검한다는 본래 취지는 간 곳 없이 무차별적인 정치공세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면책특권을 활용해 무책임한 폭로와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국정감사나 상임위에서 나왔던 얘기를 재탕삼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야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오가고 결국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다. 장관들도 검토해보겠다는 식의 상투적인 답변을 하기 일쑤다.
대정부질문 폐지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모습들이 전혀 고쳐지지 않아서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에 권력이 집중돼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장치로 대정부질문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상임위보다는 대정부질문에서 다루는 게 성격이 맞는 사안도 적지 않다. 국가의 종합적 비전을 제시하거나 국론 집결이 필요한 사안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정쟁()의 장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운영방식을 대폭 수술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취임 초 밝힌 국회개혁 작업의 하나로 대정부질문 방식을 바꾸는 작업에 나서 성사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박 의장은 현재 분야별로 10여명의 의원이 15분씩 일괄 질문하고 정부측이 일괄 답변하는 방식을 바꿔 의원 1인당 20분 정도를 주어 장관들과 일문일답()을 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이 방식을 각 당 원내총무에게 제기해 놓고 있다. 영국 일본 등 내각제 국회에서 볼 수 있는 이 방식은 국회를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국정논의의 장으로 만들 것이다. 국정현안도 심도 있게 다뤄질 것이 분명하다.
일문일답을 제대로 하려면 의원들은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답변이 미흡하면 보충질문을 해야 하니 묻고싶은 사안에 대해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금방 바닥이 드러난다. 보좌진이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으면서 호통이나 치는 현재의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생생한 민심을 질문에 담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는 발로 뛰는 의원도 많아질 것이다. 잘만 운영하면 국회의원의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장관도 실력이 없으면 견뎌내지 못한다. 일문일답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개선작업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만 꺼내놓고 또다시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