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 지도자를 뽑는다는 기대보다는 또다시 선거의 실패를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다.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모습에서 그럴 징후가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책대결의 실종 가능성이다. 정책이 빠진 선거판은 이성을 잃고 헐뜯기와 흠집내기로 시종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치른 선거는 후유증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승자나 패자 모두 선거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승자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선거는 두고두고 정정() 불안 요인이 된다. 87년과 92년 대선이 그랬고 97년 대선도 그랬다. 대선의 실패는 5년간 정치의 실패로 이어지곤 했다.
현 정권 내내 치열했던 정쟁의 시발 또한 97년 대선이었다. 대선자금 문제나 세풍()사건 등 지금까지도 그 여파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엔 반드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경유착과 권력부패는 선거 때부터 잉태된다고 할 수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없이 정치안정과 정치개혁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는 원론을 되뇌는 이유도 그것이다.
정치권이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나, 선관위가 제안한 사실상의 대선 완전공영제는 선거혁명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 완전공영제가 실시되면 실질적인 대선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안 된다. 정치권과 관계기관과 국민이 삼위일체가 돼야 진정한 선거혁명을 이룰 수 있다.
정치권부터 각성하고 부정하게 이기는 것보다 깨끗하게 지는 게 낫다는 자세로 대선에 임해야 한다. 관계기관도 대선 판도나 살피면서 선거사범을 단속하는 척만 하지 말고, 참으로 단호한 의지로 불법 타락 선거와 싸워야 한다. 결국은 유권자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정치권과 선거과정을 감시하고 심판해야 한다. 선거혁명은 정치안정과 정치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