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13일 이라크의 유엔 무기사찰단 수용 시한을 설정하는 데 합의함으로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유엔 연설에서 제시한 이라크 해법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빠르게 얻고 있다. 반면 아랍권에서는 이라크의 전통적인 우방 카타르가 13일 미국에 대한 자국 군사기지 제공을 시사함으로써 그동안 유지돼 온 반미() 연대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이라크는 14일 평화적 사태 해결을 원한다면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무기사찰 시한 합의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은 부시 대통령의 요구로 유엔이 추진중인 대()이라크 결의안에 이라크의 무기사찰단 수용 시한을 설정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시한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중앙아프리카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말하는 시한은 앞으로 수개월, 수년이 아닌 수일, 수주일이라고 말해 시한 설정을 앞당기도록 거듭 유엔에 촉구했다.
상임이사국 중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반대 또는 유보 방침을 보여온 러시아 중국 프랑스 외무장관들은 13일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시한 설정이 곧 미국의 군사력 동원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엔 결의안에 약 3주간의 시한을 정한 후 이라크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르면 11월 후반12월 초반 군사행동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는 유엔 결의안에 이라크가 무기를 해체하지 않을 경우 유엔 회원국 중 누구라도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14일 보도했다.
아랍권 반미 연대 균열1991년 걸프전이 끝난 뒤 가장 먼저 이라크와의 관계를 재개할 만큼 관계가 돈독했던 카타르 정부는 13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 군사기지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세이크 하마드 빈 야셈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기지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작은 나라로서 미국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 공격 때 핵심 기지로 사용될 것이 확실시되는 알우데이드 기지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남서쪽으로 45 떨어진 사막지대에 있으며 중동지역에서 가장 긴 4.5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기지를 제공하지 않을 것을 예상해 지난해 말부터 알우데이드 기지에 최첨단 격납고, 벙커, 공중통제 장비 등을 구축해 왔다.
아랍연맹 22개 회원국도 13일 유엔본부에서 별도 회동을 갖고 유엔의 무기사찰 요구를 수용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이라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랍권에서조차 무기사찰 압력이 고조되자 유엔 총회 참석차 14일 뉴욕에 도착한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유엔 결의안없이 위기가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도 이라크의 전쟁 불사 방침에 분명히 신축적인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말해 이라크 정부의 극적인 태도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레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