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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선까지 버티고 갈 건가

Posted September. 30, 200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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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4억달러 뒷거래설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상선 등 당사자들의 해명이 있었지만 국민은 누구 말이 맞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진상이 밝혀질 경우 불리해질 측이 12월 대통령선거 때까지 실체파악에는 협조하지 않고 정치적 공방만 벌이겠다는 의도는 혹 아닌가.

기업간에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오간 것이니만큼 회계장부를 조사하면 진상규명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진실이 밝혀지기는커녕 새로운 의혹이 생기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없는 탓이다. 정부 내에서 이 문제를 조사할 조직이 없어 서로 미루고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만약 정부가 의혹을 풀려는 의지가 있다면 당사자인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을 즉각 조사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잘못을 시인한다면 바랄 나위가 없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의 해명이 서로 다른데 누구 말이 옳은지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으로 긴급 대출된 4000억원의 행방에 대해서조차 양측의 설명이 다른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대상선은 1000억원만 인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산업은행은 4000억원을 한꺼번에 인출했다고 한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고의로 회계처리를 비정상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과 현대상선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떳떳하다면 입출금 기록과 회계장부를 공개해야 한다. 불리한 사항을 무조건 감추고 말겠다는 듯한 자세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가 자금흐름에 대한 진실규명을 외면한다면 이는 정권이 떳떳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번 사안이 규명되지 않은 채 북한과의 교류 확대를 논하는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다. 4억달러 뒷거래의혹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될수록 대북 협력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