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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일 지옥훈련 기적을 낳다

Posted October. 01, 200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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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개인생활은 완전히 포기했던 것에 대한 값진 대가를 얻어 너무 기쁩니다.

한국 세팍타크로가 아시아경기 출전 사상 첫 남녀 동반 메달을 획득한 1일 부산 동서대체육관은 한마디로 축제분위기였다. 선수들은 물론 관중석에서 초조히 경기를 지켜본 부모들과 세팍타크로협회 관계자들은 써클종목에서 여자팀의 동메달에 이어 남자팀이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너나 할 것없이 얼싸안은채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남자가 종주국인 태국을 누른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 하지만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오늘의 영광을 위해 세팍타크로인들이 기울인 정성은 상상이상이었다.

이날 남자가 금매달을 따낸 써클종목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불과 13년전인 1989년. 동메달을 따낸 여자는 이보다 훨씬 뒤인 96년 국내에 첫 팀이 등장했을 정도.

하지만 첫 출발 이후에도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세팍타크로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국제대회 성적도 동남아의 위세에 눌려 언제나 하위권을 맴돌았다.

자칫하면 존재기반마저 상실될 위기에 처한 세팍타크로인들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2000년말부터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목표로 600일 작전을 수립했다. 때마침 협회장을 맡은 이영웅 회장(성화통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협회가 수립한 600일 작전의 뼈대는 남녀 대표팀을 조기에 구성, 600일 동안 합숙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동남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에 따라 2000년 말에 선발된 남녀 24명의 대표선수들은 개인생활을 완전히 포기한 채 빈 체육관을 찾아 전국을 배회하며 지옥훈련을 감수해야 했다. 600일을 하루같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4차례 8시간씩을 훈련을 소화하는 것은 기본.

올 3월과 8월에는 태국과 싱가포르로 각각 2주씩 해외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월 700만원에 이르는 훈련비중 절반은 체육회에서 보조를 받았지만 나머지는 전적으로 협회의 몫이었다.

모두의 뜻이 하나로 모이니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남자팀은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킹스컵에서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올 5월 아시아경기 프레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금메달을 예약했다.

또 국내 전체 등록선수가 60여명에 불과한 열악한 환경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낸 여자팀도 단숨에 세계정상인 동남아 수준까지 근접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세팍타크로 1세대인 전재형 남자대표팀 코치(만경고 감독)는 세팍타크로는 발재간이 뛰어난 한국인들에게 아주 적합한 운동이라며 지원과 관심만 더 따른다면 조만간 세계 정상급 국가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호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