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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서 인출한 4000억 2개월간 집중지출

Posted October. 01, 200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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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한꺼번에 인출한 4000억원을 약 2개월에 걸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당시 거액이 들어갈 다른 사용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4900억원을 당좌대월(일종의 마이너스대출)받아 사용한 사실을 알고 조사를 하고도 결과를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빌린 4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을 2000년 반기보고서에 누락시켰다는 논란과 관련해 진위()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1일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산은 대출금 가운데 선박용선료 1500억원을 6월7일부터 8월18일에 선박건조 관련 상환금 590억원을 6월8일부터 7월말에 기업어음(CP) 매입 1740억원을 6월부터 8월에 만기 회사채 매입 170억원을 6월 만기 때 사용했다.

이 같은 대출금 사용시기는 한나라당이 대북지원설을 주장하자 현대상선이 산은의 당좌대월 4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그 해 상반기에 쓰고 나머지 3000억원은 7, 8월에 사용했다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산업은행은 2000년 6월7일 당좌대월 4000억원을 승인하자 현대상선이 산은 여의도지점, 구로지점, 본점 영업부 등 3개 영업점에서 즉시 전액을 빼냈다고 밝혔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좌대월은 금리(당시 연 11%대)가 높고 언제든지 약정한도 안에서 찾아 쓸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몇 달 뒤에 쓸 돈을 미리 목돈으로 찾아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정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2000년 8월 4대 그룹 부당내부거래조사 결과 심결서에는 현대상선이 4900억원을 지원 받은 사실과 사용처에 대한 조사내용이 빠져있다면서 공정위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거나 조사결과를 숨긴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현대상선은 4900억원 당좌대월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숨기는 것이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4000억원 당좌대월 가운데 2000년 반기보고서에 1000억원만 기재한 것은 착오일 수도 있지만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본다고 말해 허위 기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시 검토의견을 냈던 삼일회계법인은 반기보고서 검토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할 뿐 별도로 증빙자료를 요청하지 않는다고 밝혀 현대상선이 허위자료를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