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그를 마구이(마귀)라 부른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런 별명을 붙였을까. 새벽부터 한 밤중까지 계속되는 하루 8시간의 강훈련이 8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감독이 귀신처럼 보였다.
중국여자하키대표팀 김창백 감독(46). 1999년 한국여자대표팀 감독에 올랐으나 불과 3개월만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와신상담 끝에 2000년 1월 중국으로 건너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불과 2년여만에 중국 여자하키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며 상처받은 자존심을 되찾았다.
김 감독이 중국 여자하키의 히딩크로 불리게 되기까지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중국하키협회에서 그의 능력을 반신반의해 월급을 3분의2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팀이 시드니올림픽 예선을 통과하면 주겠다고 한 것. 하지만 팀을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로 이끌더니 5위의 호성적까지 엮어내면서 비로소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달에는 세계 6강만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트로피대회에서 중국의 사상 첫 우승을 조련했다. 최근 배구 농구 등 구기종목이 부진에 빠진 중국은 세계 랭킹 1위로 떠오른 여자하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CCTV는 김 감독의 스토리를 담은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성공비결은 무얼까. 선수 선발의 전권을 위임받은 그는 강동성과 길림성 출신이 양분하던 대표팀을 해체하고 지연을 떠나 실력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스파르타식 훈련과 함께 하루 24시간 늘 선수들과 함께 지내며 세심한 관리를 펼쳤다. 올해 베이징의 집에서 잠을 잔 적은 단 사흘뿐이었다. 훈련할 때는 엄격했지만 숙소에서는 다정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의 생일이나 집안 일을 챙겨줬고 은퇴 후 진로를 마련해 주자 선수들도 마음을 활짝 열었다.
올 연말 계약기간이 끝나는 김 감독은 중국하키협회로부터 2008년 북경올림픽은 물론이고 아예 종신 감독을 해달라는 제의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자칫 나태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년 단위로 계약하자는 뜻을 밝히며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아시아경기대회가 자신의 고향 부산에서 열려 더욱 각별한 느낌이라는 김창백 감독은 한국 사람으로서 어디서든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자세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