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은 호텔에서 자주 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그는 한국음식 중 비빔밥이 제일 맛있다며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우리의 비빔밥이 국제적 음식으로 자리매김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미국 일본 등지에는 비빔밥 체인점까지 생겨났다. 대한항공은 비빔밥을 기내식으로 개발해 인기를 얻고 있는데 6월 월드컵 이후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 요즘에는 외국 손님이 많은 미주 유럽 노선을 중심으로 한 달 평균 10만 그릇 정도가 나간다고 한다. 다른 한국음식과 달리 비빔밥은 물기가 적어 국제화하기에 좋다는 것이 비빔밥 업체의 설명이다.
비빔밥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임금이 난리를 피해 몽진했을 때 수라상에 올릴 만한 음식이 없어 밥에 몇 가지 나물을 얹어 제공했던 것이 효시라는 얘기도 있고, 농번기 논밭에서 그릇이 충분하지 않아 한 그릇에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 먹었던 것이 효시라는 설도 있다. 제사 음식을 한데 모아 비벼서 참가했던 사람들이 나눠 먹은 것이 시작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장년이 된 사람들 중에는 어린 시절 커다란 양푼에 밥을 비벼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나눠먹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 몇몇 음식점에서 나오는 양푼비빔밥은 바로 이 당시를 회상해서 만든 추억상품이다.
비빔밥은 오이 애호박 시금치 미나리 등 기본적인 나물에 각 지방의 특산물이 섞여 고유한 맛을 내는데 특히 전주 진주 해주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전주비빔밥의 경우 갖가지 나물과 고기 등 20가지의 재료에 오래 묵은 간장과 고추장, 양지머리 육수가 섞여 독특한 맛을 낸다. 입맛을 잃었던 사람도 이들 재료가 적절히 섞인 비빔밥을 보면 저절로 군침이 돌게 마련이다. 여기에 모주라도 한잔 걸치면 그런 별미가 없다.
미래연합 박근혜 의원이 숨가쁜 정치권의 이합집산 움직임을 비빔밥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념이나 노선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지금 우리 정치의 세 불리기 현상이 비빔밥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비빔밥을 모욕하는 말이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고 이것이 오케스트라처럼 엮어져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지 무조건 아무 재료나 많이 넣는다고 제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들어가서는 안될 재료들이 마구잡이로 들어가면 양은 늘어나지만 맛은 뒤범벅이 돼 비빔밥의 자격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맛없는 사이비 비빔밥만 만들어내는 우리 정치가 국민의 세상살이 입맛까지 앗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