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에 이어 또 한 편의 대작 창작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15일 막을 올리는 몽유도원도. 명성황후를 제작, 연출했던 윤호진씨(에이콤 대표)의 작품으로 작가 최인호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최선생의 소설을 읽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서 그림이 왔다 갔다 했다는 윤대표(54)와 나는 깍쟁이에다 질투심도 많아 남을 잘 존경하질 않지만, 윤호진씨만은 존경한다는 최인호씨(57)가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왜몽유도원도인가
최오래 전부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한 폭의 고절한 동양화를 보는 듯한 그런 소설이 쓰고 싶었다.
윤서양 사람들은 죽었다 깨도 못 만드는 동양적, 탐미적인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 특히 도미와 아랑이 붉은 노을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장면은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느낌과 함께 서양인들도 반할 것이다.
(소설 몽유도원도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중국의 세계적인 영화 감독인 첸카이거가 영화화를 추진중이다. 이 소설의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잡아끄는 것일까.)
윤이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원형을 그리고 싶다. 불변의 사랑과 가치는 우리가, 그리고 이 시대가 목말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최몽유도원도의 사랑과 인물은 보편성이 있다. 야망에 불타는 개로왕과 정결하고 순결한 도미는 두 사람이지만 사실은 한 사람 속에 존재하는 두 개의 캐릭터다.
윤바로 그런 보편성과 정치적 색채가 없다는 점에서 명성황후보다 세계 무대에서 더 승산이 있다고 본다.
소설 대 뮤지컬
윤소설은 캐릭터가 서서히 드러나지만, 뮤지컬은 캐릭터가 도드라져야 하니까 캐릭터와 설정이 약간 바뀌었다.
최내 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뮤지컬은 철저히 연출가의 몫이니까 작품에 대해서는 난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생각은 비슷하다. 내가 속으로 아랑과 개로가 꿈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첫 장면은 관능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윤호진씨가 첫 장면은 아주 관능적이고 에로틱하게 가려고 한다고 하더라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야기가 옮아가자 윤대표는 손짓을 섞어가며 주요 장면을 설명했다.)
첫 신의 전쟁터는 벽화처럼 세우려고 해. 러시아 아미타쥬 박물관에 가서 중세 때 벽화를 봤는데 말이지. 도미와 아랑이 만나는 장면에선 피아노선을 쓸까봐. 무협영화처럼 타타타타 날듯이 뛰어서.
(윤대표의 머릿속의 구상이 입으로 술술 나오자 최씨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흠흠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처음 듣는 얘기냐고 묻자 최씨는 다소 멋쩍은 듯 손을 내저었다. 수없이 들었지. 하지만 그 때마다 홀려서.)
꿈은 이루어진다
최IMF가 한창이던 98년에 저 사람이 뮤지컬을 보러 가자는 거야. 나랑 저 사람, 김희갑, 양인자씨부부랑 한 달 동안 뉴욕과 런던에서 11편의 뮤지컬을 봤어. 아무 말 없이 뮤지컬을 보면서 다들 머릿속으로는 몽유도원도만 생각했지.
윤몽유도원도를 뮤지컬로 만들겠다고 결심한게 96년이었으니까 6년만에 꿈이 이루어진거지.
최양적으로는 성장했을지 몰라도 우리 예술계, 예술정신은 쇠퇴하고 있다고 봐. 서산에 지는 까마귀처럼 까우까우 짖으며 다들 걱정만 하지 예술인들은 직접 창작을 하지 않아. 그런 면에서 창작 뮤지컬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윤호진씨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
윤당장 눈앞에 있는 손익을 따지면 손해지. 남들은 저 혼자 예술하냐고 하지만, 길게 보면 창작이야말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거라고. 다들 그걸 너무 몰라. 내가 나이 먹은 값을 이렇게 해야지.
최신통하우. 그 나이면 다들 예술원 회원하고, 심사위원이나 하려 하는데 (웃음).
윤그래도 창작하는 맛이 좋은 거지.
최그건 나도 그래. 세미나 보다야 창작이 좋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