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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첩보 숨기고 지원했다니

Posted October. 21, 200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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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그리고 또 실망이다. 언제까지 이 정권의 숨기기와 거짓말에 분노해야 하는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진 지난주 정부는 제임스 켈리 미국 대북특사의 방북 당시 북한측의 시인으로 핵개발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이 올 8월부터 북한의 농축우라늄 개발을 알고 있었다고 실토해 거짓말은 하루 만에 들통났다. 어제 다시 본보의 보도로 정부가 이미 99년에 북한의 핵개발 첩보를 포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거짓말이 시리즈로 계속되고 있으니 정부가 더 큰 비밀을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요약하면 지난 3년여 동안 북한은 핵개발을 추진했고 정부는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대북 지원을 계속했다는 얘기가 된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했는데도 정부가 협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북한의 도발과 약속위반에 대해 포용적이었던 이유, 대북 지원이 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은 배경도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누가 무슨 의도로 사실 은폐를 주도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햇볕정책의 입안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정책 집행자들이 숨기기에 나섰는지 설명해야 한다. 책임규명 없이 핵문제를 다루다가는 또 무슨 무리수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임기말 이 정권의 대북정책 동결을 요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중요 첩보와 정보를 일일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북한의 심각한 약속위반을 알았다면 시정하게 하고 상응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를 밝히라는 것이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1일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우려사항을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핵문제에서 남한을 제쳐놓겠다는 뜻을 보인 것도 정부가 자초한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