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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북핵대응에 분노한다

Posted October. 23, 200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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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석연치 않다. 북한에 대한 태도와 정부 내 움직임 모두가 그렇다.

정부가 어제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얻어낸 북핵 관련 합의는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는 졸작이다. 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한다는 한심한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보고 우리 대표단이 그들의 표현대로 북한을 압박했다고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담아내지 못한 것은 물론 북측의 구체적인 해명과 제네바 합의 준수 약속을 넣자던 정부의 요구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정도 결과라면 차라리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어야 옳다. 제네바 합의와 한반도 비핵화선언까지 헌신짝 버리듯 팽개친 북한을 어떻게 그처럼 부드러운 어휘로 속박할 수 있단 말인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유감표시도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핵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고 시인했는데도 지금까지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것도 납득할 수 없다. NSC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과 군사정책, 국내 정책을 다루는 헌법기관이다. 북핵 문제는 누가 봐도 NSC에서 즉각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북한의 핵개발에 관한 정보와 첩보를 입수하고도 쉬쉬하던 정부가 이제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향해서는 화를 내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마치 손발이 척척 맞는 쇼를 보는 느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국제적 현안이 됐는데도 NSC를 소집하지 않은 이유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런 의혹 때문에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김 대통령과 대선 후보 5인의 간담회도 국민의 눈에는 모양내기에 불과했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국민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깊어진 불신은 곧 분노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