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재건축 불가 판정이 내려진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심사가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다. 주민들의 희비 쌍곡선은 처한 상황에 따라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10년 이상 거주해온 순수 입주자들은 오를 때 팔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며 다소 아쉬워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한창 가격이 상승하던 올 상반기에 상투를 잡고 입주한 주민들은 승인 불가로 웃돈을 내고 들어온 것이 물거품이 됐다며 심하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문투기꾼 사이에서도 프로와 초보간의 입장도 판이하게 다른 상황.
프로들은 이미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거나 언젠가는 승인받을 것이라며 느긋해하는 반면 승인 후 가격 상승의 기대감을 버리지 못했던 초보들은 큰 손해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올 여름 4억여원을 주고 입주한 한모씨(43)는 원래 은마에 살다가 지난해 중순 3억2000만원을 받고 판 뒤 다시 빚을 얻어 들어왔다며 승인 불가로 당장 1억원 정도를 손해본 셈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는 단기차익을 노린 초보 투기꾼들.
3년 전부터 집 3채를 구입해 전세를 놓은 이모씨(63)는 재건축만 되면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는데 손해만 보게 됐다며 이제 급락 추세가 계속될 테니 팔지도 못하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올 초 2곳의 아파트를 산 장모씨(47여)도 5억원까지 올랐던 5, 6월에 팔려고 했지만 10억원까지 오른다는 말이 나와 안 팔았다며 땅을 쳤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마음이 쓰리기는 마찬가지.
M부동산업소는 승인 후에는 기대심리가 작용해 매매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앞으로 상당기간 장사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호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깔세(실소유자 대신 재건축 승인 후 일정기간까지만 임시로 거주하기로 한 세입자)들과 인근 상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상황.
상인 양모씨는 은마 같은 대형 단지가 재건축 승인을 받으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56년 간 이 지역 상권은 죽는다고 보면 된다며 개정된 도시주거환경 정비법이 내년에 시행되면 10년 이상 현 상태가 유지될 수 있어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주변에서 간판을 새로 바꾸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 재건축 바람으로 안 해왔던 일종의 시설투자를 이제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승인 후 1년간만 살기로 계약한 안모씨(42)는 우리 같은 깔세 입장에서는 더 오랫동안 싼값에 이곳에서 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