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비행기는 미국의 첩보기 SR71(일명 블랙버드)이다. 1974년 시험비행에 성공해 냉전시대 내내 구소련 등 적진 상공을 헤집고 다녔던 블랙버드의 속도는 자그마치 마하 3 이상. 초당 340m인 음속()의 세 배가 넘는, 말 그대로 총알보다 빠른 속도다. 총알은 총구에서 발사될 때 속도가 초당 9001000m, 날아가는 도중에는 공기저항 때문에 초당 400m 정도라고 한다. 개발 당시 블랙버드는 첨단기술의 총집합과 같은 존재였다. 일례로 가공할 속도에서 나오는 고열을 견디도록 몸체의 90% 이상이 티타늄 재료로 되어 있다.
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하는 기술과 일반 아음속(음속 이하 속도) 비행기를 제작하는 기술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한다. 우선 비행기의 외양을 결정하는 원리부터가 다르다. 아음속 비행기가 몸통 따로, 날개 따로 제작해 서로 붙이면 되는 식이라면, 초음속 비행기는 설계 단계부터 기체 전체를 한덩어리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100만개 이상 되는 부품이 한치 오차없이 들어맞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개발된 610가지 초음속 비행기 제작의 핵심기술은 다른 산업분야의 기술개발에 자극을 주어 엄청난 파급효과를 거뒀다. 예를 들어 티타늄 소재의 가공기술은 인공관절 등 의학분야의 발전을 이끌었다.
우리도 조만간 초음속 비행기를 만드는 국가의 대열에 서게 될 전망이다. 8월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T50(일명 골든 이글)이 갈수록 시험비행 강도를 높여가면서 올해 안에 음속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T50의 목표 속도는 마하 1.4, 시속으로는 1700다. 이것이 성공하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2번째로 고유모델의 초음속 비행기 생산국이 된다고 한다. 더 나아가 해외판매를 하게 되면 국제경쟁력을 갖춘 5대 초음속 항공기 생산국에 들 수 있다는 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장성섭 개발센터장의 자랑이다.
T50의 성공이 국가적으로 축하해야 할 개가인 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한 데 대해 개발에 참여한 기술진은 섭섭해한다. 연일 끊이지 않는 깜짝 뉴스들에다 소란스러운 대통령 선거전에 묻힌 국민의 이목이 이런 과학기술계의 소식에 돌려질 겨를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회 어디에선가 땀 흘리며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이끄는 소중한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 손으로 만든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날 무관심의 벽도 깨지기를 기대한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