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를 배후 조종한 오사마 빈 라덴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아랍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는 12일 빈 라덴이 최근 발생한 일련의 국제 테러를 찬양하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의 녹음테이프를 방송했다. 알 자지라는 이 테이프가 사무실로 배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알 자지라 방송이 내보낸 음성을 일본 음향연구소가 성문()분석한 결과 빈 라덴의 목소리로 판명됐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들도 그(빈 라덴)의 목소리라고 단언했다고 MSNBC방송이 전했다. 백악관은 테이프에 대해 조사 중이라면서 현재로서는 테이프의 진위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진짜 빈 라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성문 분석 등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알 자지라가 방송한 4분짜리 이 테이프는 지난달 연쇄적으로 발생한 체첸 반군의 모스크바 인질극(23일)과 인도네시아의 발리 폭발물 테러(10월 12일), 쿠웨이트의 미군 피격(8일), 예멘의 프랑스 해군함정 테러사건(6일) 등을 칭송했다. 따라서 목소리의 주인공이 빈 라덴일 경우 이는 그가 살아 있음을 확인해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그는 테이프에서 최근 발생한 잇단 사건들은 종교 수호에 열성적인 아들들이 수행한 것이라며 이는 현대판 파라오인 부시가 이라크에서 우리의 어린이들을 살육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미국의 비행기로 노인과 여자 어린이들이 있는 가옥을 폭격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독일 호주 등에 대해 미국과 거리를 두라고 경고하면서 당신들이 죽이듯이 당신들은 죽을 것이며 당신들이 공격하듯 당신들은 공격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가을 빈 라덴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의 토라보라 지역에 대규모 폭격을 단행했으나 그의 생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빈 라덴은 지난해 12월 이 지역에서 무선으로 테러조직 알 카에다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 미국에 의해 포착된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직후 생사를 불문하고 빈 라덴을 잡겠다고 공언했으나 그 후 태도를 바꿔 빈 라덴의 체포는 대테러전쟁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서 빈 라덴의 생존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됨에 따라 대테러전쟁 수행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