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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 칸에서 시작 부산에서 끝난다"

국제영화제, 칸에서 시작 부산에서 끝난다"

Posted November. 19, 200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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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아시아 최대의 국제영화제로 꼽힐 만큼 성장을 거듭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향후 과제는 세계적인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이 영화제의 김동호(65) 집행위원장과 세계 3대 영화제중 하나인 칸 영화제의 티어리 프레모(42) 집행위원장이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대담을 갖고 영화제의 차별화와 발전 방안 등에 대담을 나눴다. 두 위원장은 2000년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영화상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함께 참가하면서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김두 번이나 내한해 PIFF의 위상을 높이는데 도움을 줘 매우 감사하다.

프레모지난해에는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고 PIFF에 왔으나 올해는 PIFF가 아시아 영화인들간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으로 찾아왔다.

김PIFF에 대한 인상을 묻고 싶다.

프레모칸 영화제가 시작하는 느낌이라면 PIFF는 정리하는 느낌이다. 칸에 초청된 작품이 PIFF에도 초청되는데, 우리가 영화를 잘 선택했는가 우리가 선택한 영화들이 관심을 끄는가를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PIFF에서는 아시아 영화를 접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관심을 끄는 영화를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매년 PIFF에 오지 않으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김90년대 중반까지 칸 영화제에 소개된 한국 영화는 4편에 불과했다. 98년 이후 늘어나 2000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경쟁 부문에 올랐고 2002년에는 취화선이 감독상(임권택)을 수상했다. 객관적으로 한국 영화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프레모한국 영화가 세계에 알려지면서 나름대로 에꼴(학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PIFF가 한국 영화인들의 창의력을 자극한 덕분이다. 문화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라 서로 상승 작용을 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다. 한국이 100년에 달하는 영화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으며, 신비로운 처녀림 속에 한발짝씩 내딛는 기분으로 한국 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김베를린, 칸, 베니스 영화제를 통해 한국 영화가 많이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감독들은 이런 관문을 통해 작품 세계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레모가장 독자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춘향뎐 취화선은 모두 한국적 이미지를 보여줬고 그 점이 세계적으로 어필했다. 이것이 바로 영화의 마법이다. 생경한 이미지가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이 칸에서 주목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칸 영화제도 55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고비가 있었을 것으로 안다. 어떤 시기의 어떤 고비가 있었고 어떻게 넘겼는가.

프레모영화제가 명성을 얻으면 모든 작품들이 소개되고 싶어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칸 영화제는 출품작을 50편으로 한정하고 있다. 공정 경쟁을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칸에서는 미국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가 상을 타기도 하고 무명 감독의 저예산 영화가 상을 타기도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스포츠처럼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20여년전 질 자콥 전 집행위원장은 칸 영화제의 모토를 작품성을 위주로 고른다로 정했다. 94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타란티노는 당시 무명감독이었다.

김PIFF는 아시아의 역량있는 감독을 발굴해 해외에 소개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을 5회째 운영해 아시아의 작가와 투자자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럽영화는 북미나 유럽에 시장을 가지고 있고 북미 영화는 토론토 영화제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지만 아시아 영화는 마땅한 필름 마켓이 없다. PIFF가 그 역할을 하고 싶은데 조심스러운 점도 있다.

프레모영화제는 문화와 산업의 만남의 장이므로 마켓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관객의 열정이 그 어느 영화제보다 뜨거운 PIFF의 남다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마켓 생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품성과 예술성에 대한 PIFF의 기준이 아시아와 세계 감독들에게 통용되게 해야 한다. 20년 후의 PIFF를 어떻게 예측하나.

김아시아의 유망 감독과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와야만 하는 영화제로 만들겠다. 칸 영화제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그 곳에서 소개된 작품들이 이곳에서도 평가받도록 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PIFF를 경쟁 영화제로 만들기보다 현재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겠다.



김수경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