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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후보단일화 실체 밝혀야

Posted November. 20, 20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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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근본적으로 수순이 틀렸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본란에서 이미 밝혔듯이 두 사람의 단일화는 당사자들의 문제로서 그 정당성 여부는 결국 유권자가 판가름할 일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의 목표가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이라면 단순히 누구를 단일후보로 내세우느냐에 앞서 무엇을 위한 단일후보인가를 보다 구체적으로 국민 앞에 밝혀야 했다. 최소한 후보단일화 이후 집권 청사진을 내놓고 그것을 이뤄나가는 데 누가 보다 적합한가를 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정 단일화에는 그런 청사진이 없다. 오로지 누가 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우세하냐는 기준밖에 없어 보인다. 단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게임은 두 사람에게는 중요할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부차적인 문제다. 국민이 보다 알고 싶은 것은 후보단일화 이후 단일화 세력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서다. 그걸 알아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무엇보다 단일화 이후의 행보가 모호하다. 두 정파가 통합을 하겠다는 것인지, 연대를 하겠다는 것인지부터 분명치 않다. 무조건 이겨 놓고 보자는 식은 수권세력으로서 무책임하고 위험한 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단일화를 하더라도 권력분점은 하지 않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쪽이 대통령후보를 하고 지는 쪽은 선거대책위원장을 하기로 했으면 통합이 됐든 연대가 됐든 공동정권의 성격이 불가피하다.

공동정권의 전제는 권력분점이다. 그런데 노-정 두 사람은 정체성 및 이념, 정책면에서 이질적이다. 이질적인 두 세력의 권력분점은 DJP 연대에서 보았듯 국정혼선과 비효율을 낳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일화 바람으로 근본적인 문제점을 덮으려 한다면 후보단일화는 그 어떤 명분도 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