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트럭 운전사 김모씨(49)는 지난달 서울 용산구 원효대교 부근에서 특정 날짜에 제한속도(시속 80)를 30가량 초과한 시속 113로 주행했다며 과태료 8만원을 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김씨는 당시 원효대교 부근을 운행한 적은 있었지만 화물 트럭이 워낙 낡아 시속 100 이상은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위반 통지서 내용에 수긍할 수 없었다.
김씨는 몇 차례에 걸쳐 관할 경찰서에 항의한 끝에 당시 무인속도기가 고장나 오작동한 사실을 밝혀냈고 최근 경찰서로부터 속도위반 통지서를 폐기하라는 통보를 받아냈다.
경찰청이 몇 년 전부터 고속도로를 비롯한 거리 곳곳에 무인속도측정기 등 단속 장비를 지속적으로 설치하고 있지만 장비 관리 소홀 기계 자체의 결함 단속 기준의 모호함 등의 이유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택시운전사 민모씨(51)는 지난달 말 서울 성북구 돈암동 부근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뀔 무렵 교차로로 진입, 곧바로 횡단보도를 통과했지만 무인단속기에 적발됐다.
무인영상단속기는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고 0.5초가 지난 후에는 신호위반 차량으로 적발하도록 돼 있었던 것.
그는 신호가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순간 교차로에서 급정거를 하면 더 위험하다며 대다수 운전자들이 상황을 판단해 그대로 통과하는데 단속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단속을 의식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기준이 경직되어 있다는 점도 인정하지만 신호가 바뀌려고 하면 오히려 더 속도를 내는 운전 습관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올 초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 신호위반과 과속 차량을 적발할 수 있는 다기능무인단속카메라 20대를 새로 설치하는 등 전국적으로 1000여대의 단속 장비를 운영 중이다.
서울의 경우 3월 설치된 다기능 무인단속기에 의한 과속, 신호위반 적발 건수는 하루 평균 200여건이며 올 11월 현재 5만3770건에 이른다.
또 무인단속장비에 의한 속도위반 단속 건수는 920만여건에 이른다.
특히 이 같은 단속에 이의를 신청하는 경우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한달에 수십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특히 내년 초까지 전국에 260여대의 무인단속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어서 무인단속기에 의한 적발 건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단속 장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기 점검은 경찰이 단속 장비를 납품한 업체에 일임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청의 경우 113대 단속장비를 납품한 5개 업체가 2년간 무상으로 점검을 해주고 그 이후에는 유상 점검을 하고 있다며 장비가 전문적이기 때문에 정비 자체를 업체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사무처장은 단속 장비에 대한 경찰의 관리 점검이 철저히 이뤄지는지 제3의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