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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황금장갑

Posted December. 11, 200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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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점 이상이죠.

늘 푸른 소나무 한화 송진우(36사진)의 아내 정해인씨(34)는 남편에 대해 묻자 높은 점수를 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야구는 잘 모르지만 옆에서 보면 자기절제력이 아주 대단한 것 같아요. 성실하고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않죠. 남편이지만 존경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10년간 곁에서 지켜본 아내 정씨의 평가는 프로야구계에서 송진우를 보는 눈과 거의 일치한다. 선수가 언제나 한결같다는 말을 듣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송진우는 데뷔해인 89년부터 올시즌까지 14년간 변함이 없다. 공의 위력, 주무기, 투구폼, 강한 승부욕.

그 흔한 부상도 없었다. 아니, 없었던 게 아니라 만들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지도 모른다. 송진우는 평소 부상도 선수하기 나름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남들보다 철저히 몸관리를 하고 더 세심히 신경을 쓴다면 부상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운동장에 나가면 철저히 프로가 된다. 스트레칭 동작 하나하나도 소홀히 넘기지 않고 불펜피칭에서 공을 뿌릴 때도 정신을 집중한다. 이러니 부상이 올래야 올 수가 없다.

그는 주어진 연습량을 충실히 소화하고 야구에 대한 애착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야구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까. 짜증내며 운동하기 보다는 이왕이면 즐겁게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14년간 부상으로 시즌을 거른 해가 단 한번도 없었던 송진우가 얻은 승리는 162승(113패). 지난해까지 역대최다승을 거둔 선동렬(146승)을 올해 뛰어 넘었다. 뿐만 아니라 2250과 3분의2이닝을 던져 역대 최다투구이닝까지 기록중이다. 최다승과 최다투구이닝은 철저한 몸관리와 실력으로 얻은 훈장이다.

10년넘게 야구계의 최고투수중 한명으로 군림한 송진우지만 골든글러브나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한번도 받지 못했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컬한 일. 92년엔 사상 처음으로 다승왕(19승)과 구원왕(17세이브)을 동시석권했지만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신인 염종석에게 밀렸다. 그는 한해 반짝 하는 것 보다 꾸준히 성적을 내니까 상하고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 상을 받은 송진우. 올시즌 송진우는 36세의 나이에도 다승(18승)과 평균자책(2.99) 2위에 오른데다 역대 최다승 기록까지 깨 의미있는 한해를 보냈다. 그는 최고투수에게 주는 골든글러브는 그동안 정말 갖고 싶은 상이었다. 개인적으로 더할 수 없는 영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