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 외딴 섬은 전설로 가득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인데도 섬에서 갑자기 두런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에 돌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 그럴 때면 인근의 어선들은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피한다고 했다. 어김없이 거센 풍랑이 불어닥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뱃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백도(). 그래서 어민들은 이 섬에서 풍어제를 지내기도 한다.
거문도 동쪽 뱃길로 30여분 달렸을까. 수면 위로 흰 돌 무리가 보였다. 한 외국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매직 캐슬(마법의 성) 같다. 솟아오른 바위 더미가 모두 39개나 된다.
점점이 흩어진 섬사이의 해류와 기온에 따라 신기루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곳.이 곳에는 표토가 적어 나무가 자라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바위 사이마다 머리를 내민 풀 무더기가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뱃사람들은 안개낀 바다에서 백도의 풍란향기를 따라 길을 찾는다고 했다.
백도는 현재 상륙이 금지된 섬. 인간의 무자비한 자연파괴 때문이다. 마구잡이로 풍란을 캐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를 잘라갔다. 최근 거문도에서 출발해 백도를 일주하는 해상유람선이 경쟁적으로 취항하면서 백도를 둘러보고 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상륙허가를 받자는 논의도 일고 있지만 언제 상륙이 다시 허가될 지는 모른다.
백도를 가려면 거문도에서 배를 타야 한다. 여수 서남쪽에 위치한 거문도는 한 겨울에도 동백꽃이 핀다. 11월부터 2월사이에 붉은 동백이 섬 곳곳에 가득하다. 거문도는 또한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요즘은 감성돔이 많이 잡혀 낚시여행객이 많이 몰린다.
거문도 뱃길의 출발항은 여수다. 배를 타고 여수 앞 바다에서 뭍을 쳐다보면 절벽 해안 중턱에 향일암이 보인다. 남해 해맞이의 명소니 신새벽 부지런을 떨면 평생 잊지 못할 해맞이 추억 한 편쯤은 건질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섬진강 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여수. 최근 이 강을 오가는 유람선도 생겼다. 운행구간은 여수에서 하동과 마주한 광양의 청매실 농원(다압면)까지. 토속적인 분위기의 시골마을과 유려한 섬진강변의 풍경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청매실 농원 주인 홍쌍리 여사가 풀어내는 매실 이야기를 들으며 마시는 새콤달콤한 매실차 맛 또한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