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함께 있을 수 있어 늘 따뜻하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형제선수 박성배(28) 성훈(24). 이들에게 올 성탄절의 의미는 각별하다. 20년 가까이 농구의 길을 걸어오면서 처음으로 코트에서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창도초등학교-삼선중-경복고를 거쳐 경희대까지 줄곧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네 살 터울이었기에 선후배였을 뿐 팀 동료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25일 동양전을 앞두고 전날 대구로 이동한 형제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동양전을 꼭 이겨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성탄절 선물로 삼자는 것. 프로농구 10개팀을 통틀어 형제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이들이 처음이기에 삼성 동료들도 형제의 약속에 함께 손가락을 걸었다.
이들 형제는 지난 시즌 SK 나이츠에서 뛰던 동생 성훈이 은퇴선수로 공시되는 아픔을 겪은 뒤 올 7월 형이 있는 삼성에 입단하면서 한데 뭉쳤다.
좌절에 빠져있던 동생이 온다는 소식에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박성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형 밑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박성훈)
한솥밥을 먹어 더욱 힘이 났을까. 올 시즌 이들 형제는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맞고 있다. 가드 박성배는 최근 슬럼프에 빠진 포인트가드 주희정과 주전 경쟁을 펼칠 정도. 대학 시절 전문 수비수의 한계를 벗어나 특유의 스피드와 과감한 돌파로 삼성의 공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형보다 16나 더 큰 1m96의 장신 슈터 박성훈 역시 식스맨으로 뛰며 공격은 물론 상대팀 주포를 막는 데 큰몫을 하고 있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올 시즌 기회의 땅이나 다름없는 우리 팀에서 이들 형제가 행운을 틀어쥔 듯하다며 둘 다 성실하고 워낙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다.
이들 형제가 같은 팀에서 뛰게 된 것은 가족에게도 큰 기쁨이다. 지난해 10월 폐암수술을 받은 아버지 박경남씨(56)는 형제가 같이 있으니 든든하고 마음이 놓인다. 무엇보다도 쉬는 날 집에 함께 오니 기쁘다고 흐뭇해했다. 골드뱅크(현 코리아텐더) 치어리더 출신으로 5월 박성배와 결혼한 신동선씨(25)도 평소에도 형제간의 우애가 유달리 두터웠는데 남편과 도련님이 한 팀에서 뛰게 되니까 힘들어도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위독했던 아버지가 요즘 부쩍 건강해지셨어요. 이제 자식 걱정을 덜어드린 것 같아 다행입니다. 올 시즌 우리 둘이 일을 한번 내야죠. 지켜보세요. 꼭 해내고 말테니까.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들 형제는 나란히 우승반지를 끼고 인터뷰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겨울 코트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