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의 성격을 놓고 네티즌 간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처음으로 촛불시위가 두 곳에서 따로 열렸다.
여중생 범대위는 이날 오후 6시 교보문고 뒤편에서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추모 농성장 강제철거 규탄 및 광화문 촛불행진 시위를 벌였다.
같은 시각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3일 범대위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며 독자적 촛불집회 개최 방침을 밝힌 김기보씨(31네티즌명 앙마)를 비롯, 시민 학생 30여명이 참석한 별도의 촛불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한 명씩 나와 촛불시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김씨는 이날 범대위가 주도하는 집회에서는 한가지 목소리만 반영될 뿐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기가 어려웠다며 독자적인 촛불집회를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그동안의 범대위 주도 촛불시위가 한쪽 입장만을 강요하는 반미시위로 변질된 것이 독자노선을 가게 된 이유임을 밝혔다.
김씨는 범대위측에 모든 사람이 참여해 촛불시위의 내용과 방법 등에 대해 공개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두 곳에 모두 5300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시위대와 큰 마찰은 없었다.
범대위측은 이날 촛불시위대가 세종문화회관으로 전진해 김씨측 촛불시위대와 결합하려고 했으나 경찰의 완전 봉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쪽 집회는 오후 6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비슷한 시간대에 해산했다.
한편 김종일()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5일 최근 일부 네티즌의 다른 의견 표출과 독자노선 움직임에 대해서는 최대한 포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사고 미군 처벌 공개사과 등 세 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촛불시위는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앞으로도 매일 오후에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한편 한 달에 한번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반면 김씨측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네티즌의 의견을 수렴한 뒤 시위 일정 등 세부 활동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