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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춘투의 종언?

Posted January. 08, 200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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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는 춘투 없다.

일본을 덮친 장기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주요 기업 노조들이 올해 춘투(봄철 임금투쟁)를 앞두고 임금인상 요구를 속속 포기하고 있다. 또 산업별 노조들도 업계 공통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기존 춘투 방식에 변화가 시작됐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노조는 올 춘투에서 정기 승급분을 제외한 임금인상을 단념키로 7일 결정했다. 노조는 대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과급 형식으로 1인당 연간 6만엔(약 60만원) 지급을 요구할 방침이다. 연간 경상이익이 1조엔을 넘는 도요타에서 임금인상 투쟁을 포기함으로써 나머지 기업들의 임금협상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춘투를 주도해온 자동차총련은 사상 처음으로 올 춘투에서 업계 통일 임금인상 요구를 하지 않고 개별 업체에 맡기겠다고 밝혔으며 조선중기, 전기, 철강 등 주요 산업별 노조도 통일된 요구를 줄줄이 포기했다.

민간 최대 노조인 NTT노조도 전화사업 부진 등으로 경영이 어려운 점을 감안, 임금인상을 보류한다고 지난해 말 발표하는 등 개별기업 노조의 임금인상 포기도 잇따르고 있다.

반면 프랑스 르노자동차 출신 카를로스 공 사장의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닛산자동차노조는 기본급 1000엔(약 1만원) 인상을 요구키로 결정,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업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사례.

주요 기업의 임금 동결은 지난해에는 경영자측의 요구로 시작됐지만 올해는 노조측이 자발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경단련 조사에 따르면 200개 주요 기업 중 지난해 임금을 동결한 업체가 91%, 정기 승급까지 동결한 업체가 4%에 이르렀다.

노조측은 불황 속 기업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관철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임금인상에 매달려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는 대신 고용안정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실업률은 5.5%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상태. 올해 금융권의 부실채권 처리가 가속화되면 7%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게 노조측의 우려다.



이영이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