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부처 노공약에 대충 맞추자

Posted January. 13, 2003 22:50,   

ENGLISH

정부 부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검토 고수해 온 정책적 입장에서 물러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사항에 정책을 꿰어 맞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노 당선자가 정책은 나와 나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인수위에 힘을 실어주자 관료사회에서는 일단 공약을 받아들이고 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해 정작 정책 실행 과정에서 혼선과 시행착오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대선 기간 중 노 당선자가 내건 상속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제도에 대해 위헌 가능성과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농촌주택 구입 때 1가구 2주택이라도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당초 별장에 비과세할 우려가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결국 노 당선자의 공약사항을 수용해 시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농림부는 2004년 쌀 개방 관련 재협상 때 관세화 유예 조치를 취해 달라는 시민단체 등의 거듭된 압력을 협상전략에 차질이 올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용을 보류했으나 인수위 업무보고 때는 관세화 유예 방침을 공식화했다.

보건복지부도 2005년 이후 단계적으로 초음파 진단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뚜렷한 재정대책 없이 인수위에 보고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국립대 교수협의회를 임의기구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선회해 노 당선자의 공약을 좇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측은 각 부처가 공약에 맞춰 정책을 급하게 바꾸면서 정작 예산문제는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것 같다며 올해부터 나라살림이 더욱 어려워져 복지 관련 정책을 예산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영해 천광암 yhchoi65@donga.com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