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삼각파도와 난기류

Posted February. 09, 2003 22:33,   

ENGLISH

바람은 고맙고 유용한 자연의 선물이다. 때로는 우리를 시원하게도 하고 때로는 포근히 감싸주기도 한다. 바람을 이용해 바다를 건너기도 하고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바람이 변덕부릴 때는 우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무서운 위협으로 변하기도 한다. 돌풍, 태풍, 회오리바람 등으로 바다에 풍랑()을 일으키기도 하고 하늘에는 에어포켓, 터뷸런스 등 난기류()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뱃사람이나 비행사는 누구보다도 자연의 조화로 일어나는 바람의 변화에 대해 신중히 스스로를 대비하는 겸허한 마음과 자세를 갖는가 보다.

뱃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다에서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는 삼각파도라면, 비행사들이 매우 조심하는 것은 불시에 부닥치게 되는 난기류일 것이다. 삼각파도란 바다에서 바람의 불규칙한 변화, 즉 돌풍 등으로 인해 진행방향이 다른 두개의 파도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또 난기류란 강한 회오리바람이나 제트기류 등으로 인해 주변 공기에 발생하는 에어포켓, 터뷸런스 같은 교란을 일컫는다. 뱃사람이 삼각파도를 만나면 뱃머리를 어느 파도 쪽으로 향할지 모르게 된다. 한쪽 파도를 타면 다른 쪽 파도가 배의 측면에 부딪혀 배가 침몰되거나 파손되기 쉽다. 한편 비행기가 난기류 지역을 지나면 기체가 크게 흔들리거나 순간적으로 급강하하는 경우가 생긴다.

뱃사람이나 비행사는 이런 위험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우선 선체나 기체의 요동이나 진동을 최대한 줄이면서 그 위험지역을 무사히 벗어나는 것이 최상책이다. 이를 위해 뱃사람은 배의 추진력을 유지하면서 뱃머리를 상대적으로 큰 파도 쪽을 향하게 하는 가운데, 다른 쪽 파도로부터의 충격을 조심스럽게 흡수하면서 배의 균형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한편 비행사는 비행속도를 줄여 기체의 진동을 최대한 줄이면서 그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삼각파도나 난기류의 발생 위치와 시간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곳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자연의 조화가 항상 규칙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인데 지금 북한 핵이라는 돌풍에 휘말린 한미관계가 그런 형국이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문제와 맞물려 이 돌풍의 향배와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제 두 주 정도 있으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의 정치 외교적 입지를 험한 삼각파도 해역을 뚫고 나가야 할 뱃사람이나 난기류를 통과해야 할 비행사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박 용 옥 객원논설위원전 국방부차관

yongokp@hanmail.net문명호논설위원 munmh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