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대구의 아픔을 함께 나누자

Posted February. 19, 2003 22:46,   

ENGLISH

강인한 생명력, 억세고 활기찬 말씨로 가득하던 대구는 통곡의 도시로 변해 버렸다. 대학입학을 앞둔 푸른 청춘, 첫 출근을 하던 직장 새내기, 아침 희망을 안고 달리던 수많은 이들의 귀한 목숨이 어처구니없이, 순식간에 참담한 재가 되고 말았다.

숨막혀, 엄마 살려줘. 아빠, 뜨거워 죽겠어요.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이 남긴 이 마지막 전화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은 미어진다. 생명줄을 놓는 순간까지 그들이 간절히 전하려 했던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메시지는 세상 살면서 과연 무엇이 소중한 가치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번 참사는 1995년 가스폭발로 101명이 목숨을 잃는 등 유난히 사고가 잇따랐던 대구 지하철 현장에서 일어났기에 차라리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이번 재앙을 한 심신장애인의 돌출행각이 빚은 우발적 사고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인재()와 함께 되풀이되는 당국의 안일한 대처, 냄비처럼 들끓다가 식고 마는 안전불감증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폐해를 대구는 순교자처럼 겪어온 것이다.

이 비극 속에서도 온몸을 던져 희생자들을 구한 구조대원의 살신성인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군장병과 의료진,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은 이 땅에 뜨거운 정과 인심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제 온 국민이 대구의 아픔을 함께 나눌 때다. 대구시는 23일까지를 시민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대구시민들과 함께 전국적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조기와 추모리본을 달고, 정신적 물질적으로 대구시민을 돕는 방법을 서둘러 찾자. 소모적 정쟁을 중지하고 이 같은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대구 참사를 계기로 지역과 세대, 이념과 계층에 따라 갈라졌던 우리들의 마음을 한데 아우르고 한층 성숙한 나라와 국민으로 거듭나는 것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아울러 부상자들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