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첫 내각의 40대 주인공인 법무 행정자치 문화관광 등 3개 부처 장관들의 첫날은 작은 파격으로 시작됐다. 직급을 따지지 않는 복도 현장회의를 제안하는가 하면, 국무위원 배지를 달지 않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큰 파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이들 장관의 새로운 근무 스타일에 공무원들도 변화를 예감하고 있다.
국무위원 배지 안 단다27일 취임식에 개인 소유 싼타페 승용차를 손수 몰고 와 화제를 낳은 이창동(49) 문화관광부 장관은 28일 앞으로도 공식 행사를 빼고는 출퇴근 때 개인 승용차나 전철을 이용하겠다. 국무위원 배지도 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보통 23일 걸리는 업무보고를 이날 하루에 다 받았다. 보고를 받을 때 장관실 탁자의 상석에 앉지 않고 실국장과 마주 앉았다. 이 장관은 주로 보고를 듣기만 했을 뿐 좀처럼 코멘트를 달지 않았다. 점심도 문화정책국 보고를 받는 도중 도시락으로 때웠다.
이 장관은 27일 밤 귀가한 뒤 공보관실이 경기 고양시 일산의 자택으로 보내온 가판 신문을 돌려보냈고 앞으로 가판 신문을 집으로 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취임 인사차 언론사를 방문하는 관례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복도회의로 직급 파괴28일 집무를 시작한 김두관(44) 행정자치부 장관은 하루종일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되도록 말을 아끼는 모습. 오후 3시부터 행자부 내 모든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눌 때도 간단히 인사만 할 뿐 별 말이 없었다. 다만 남해 군수 시절 알게 된 모 국장을 만나자 선배님 여기 계셨군요라며 깍듯이 예의를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은 격의 없는 복도회의를 제안했고, 업무보고도 20분으로 제한하자고 말했다.
반면 업무보고는 주말을 지낸 뒤인 4일부터 시작하자고 지시해 직원들에게 여유를 주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관료 중의 관료라는 내무공무원들에게 상당한 변화가 일 것 같다고 예감했다.
존댓말 쓰는 장관강금실(46) 법무부장관을 맞은 법무부 간부들은 28일 어법과 격식에서 변화를 실감했다.
오전 9시경 출근한 강 장관은 이춘성() 공보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지시할 때도 간곡하게 부탁하는 듯한 어조를 썼다. 강 장관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문제 대북 비밀송금사건 특검법 등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 신문을 스크랩할 때는 사회적 관심도가 큰 사안부터 종합 정리해 주시죠라고 말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검찰 출신의 이전 장관들은 알고 지내던 인연 때문에 실국장들에게 격의 없는 표현을 썼다며 새 장관이 존칭을 써 기분은 좋지만 아직은 어색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경 취재진과 마주치자 고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말을 하며 환하게 웃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