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부장관은 당초 이번주 안으로 인사안을 짠 뒤 다음주 초인 10일경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대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41명(김각영 검찰총장 제외)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강 장관과 김 총장의 사전 협의가 꼭 필요하다. 특히 검찰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기 어려운 강 장관으로서는 김 총장과의 긴밀한 협의가 과거 어느 때보다 필수적인 절차인 셈이다.
그러나 강 장관과 김 총장은 검찰 간부 인사 구도에 대한 조율은커녕 아직 얘기조차 못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일 밤 극비리에 시내 모처에서 만났지만 정상명(사법시험 17회)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의 차관 내정 발표로 어수선해진 검찰의 내부 기류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누었을 뿐 정작 인사 구도에 대한 협의는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연히 퇴진할 것으로 예상했던 김 총장의 사시(12회) 동기생 3명의 용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 2명의 용퇴는 확실한 것으로 보이지만 1명은 이렇게 떠밀리듯 불명예스럽게 나갈 수는 없다고 말해 퇴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일부 간부들은 파격 인사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사시 12회 선배들에게 퇴진 불가를 강력히 주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검사장급인 사시 13회 간부 2명도 이번에 고검장급으로 승진하지 못할 경우 거취를 놓고 고민 중이다.
사시 15, 16회를 중심으로 한 간부들의 동요도 확산되고 있다. 동기생이 가장 많은 15회(9명)의 경우 예전 같으면 그 중 한 명의 서울지검장 부임이 확실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핵심요직인 서울지검장에 16회, 나아가 17회가 임용될 경우 15회 9명 중 상당수가 진퇴를 고민해야 할 판이다.
이와 관련해 4일 검찰 내부 전산망엔 검사 정년 보장해야라는 제목의 글이 실리는 등 파격 인사와 관련한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검찰 간부들이 동요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사의 구도와 변화의 폭이 안개 속에 싸여 있으면서도 외부 요인에 의해 등 떠밀리는 듯한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 물론 강 장관은 이번에는 안정에 무게를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 간부들은 이번 인사도 파격적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뒤숭숭한 기류 때문인지 이날 오후 법무부와 대검, 서울지검에서는 사시 12회 및 13회 간부 4명이 사표를 던졌다는 소문이 한때 나돌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