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정-검 시각차는 드러났는데

Posted March. 09, 2003 22:42,   

ENGLISH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공개토론회는 한국사상 초유의 일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일 듯싶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권력과 검찰의 기형적인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드러낸 행사였다. 그리고 그 바탕엔 뿌리깊은 상호불신과 불만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정-검(-) 갈등의 심각성을 재삼 일깨워준 행사였다.

일단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양보없이 치열한 토론을 벌인 것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양쪽 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란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현방법이나 절차에 대해서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근본적으로 검찰의 현주소에 대한 인식차 및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주원인에 대한 시각차에 기인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의 모순과 부당성을 공박하는데 치우쳐 건설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했던 점은 토론회의 한계였다. 검찰개혁엔 공감하면서도 그러면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 점이 토론회의 의미를 반감케했다.

때로 감정대립까지 느껴질 정도로 토론회엔 시종 긴장이 감돌았지만 쟁점은 단순하다. 항구적으로 검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검찰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는데, 과연 언제 어떻게 실현하느냐 하는 것이다.

평검사들은 인사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검찰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화해서 객관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 대통령은 대부분 인사대상 검찰간부로 구성된 현재의 인사위원회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면서 선()인적개혁, 후()제도개혁 방침을 밝혔다.

시기에 대한 이견은 있으나 검찰인사 제도화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한다. 여기에서 출발해 하나하나 접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는 노 대통령이 자청한 것인 만큼 노 대통령은 앞으로 평검사들의 충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검찰개혁을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