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지 않지만 저에게도 이런 날이 왔네요.
생애 처음으로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피터팬 김병철(30동양 오리온스).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했다. 그만큼 상복이 없었던 것. 지난해 소속팀 동양이 사상 처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통합 챔피언에 올랐지만 그 흔한 상 하나 받지 못했다. 프로 원년인 97시즌 모범선수상을 받은 게 유일했다.
그래서 김병철은 올 시즌 동양 정규리그 2연패를 이룬 주역이었지만 베스트5에라도 선정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김병철은 전날 밤 가문의 영광이라는 국내 영화 비디오를 봤다. 이 영화 제목대로 현실에서 영광의 주인공이 된 그는 그동안 상을 타봤어야 뭐라 이야기할 텐데. 너무 큰상을 받았고 코칭 스태프와 동료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김병철은 홀로 서기에 성공하며 진정한 동양의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고려대와 동양에서 1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었던 죽마고우 전희철이 시즌 전 KCC로 트레이드 되면서 팀을 이끌어야 할 중책을 맡은 것.
처음으로 주장까지 맡은 김병철은 코트에서는 폭발적인 3점슛과 과감한 속공으로 공격에 앞장섰고 경기장 밖에서는 끈끈한 리더십으로 동료들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54경기를 부상 없이 모두 소화하며 경기당 평균 36분 출전에 16.9점을 터뜨렸고 한발 먼저 뛰는 수비로 상대 주득점원을 막아냈다. 김병철은 주장으로 나를 앞세우기보다는 팀 성적을 먼저 생각했다. 시즌 중반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김병철은 이날 부상으로 받은 300만원을 지하철 참사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연고지 대구 시민 돕기에 선뜻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