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SK계열사 주식을 채권은행단에 담보로 내놓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SK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는 채권단이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일삼은 SK글로벌에 대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옛 워크아웃) 적용을 결정하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금융시장은 분식회계 파문으로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고 채권형 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이 쇄도하는 등 크게 요동쳤다.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담보제공각서, 재산처분동의서, 구상권포기각서 및 도장과 인감증명을 은행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SK측은 13일 중 주식 실물을 채권단에 넘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SK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SK그룹 계열사들은 최 회장 경영체제에서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채권단은 SK글로벌에 한꺼번에 빚 독촉이 몰릴 것으로 보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해 국내외 채권 채무를 동결하고 채권은행들이 공동관리하기로 했다. 이 방침은 19일 열리는 채권단회의에서 확정된다.
채권단은 SK글로벌의 국내외 채무 8조2000억원 가운데 일반 상거래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 채무를 동결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은행권이 SK글로벌에 빌려준 돈은 약 4조원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적용되면 205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므로 채권은행들도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에 앞서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SK글로벌에 대한 여신잔액 4500억원 가운데 2500억원에 대해 최 회장이 개인지급보증을 섰다며 최 회장이 갖고 있는 모든 SK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SK글로벌 주식만을 사재출연 형식으로 내놓겠다며 반발했으나 채권단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 결국 굴복했다.
이날 오전 투신사에는 SK글로벌 회사채가 포함된 채권형 펀드에 대한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폭주했다. 투신사들은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와 회사채를 대거 시장에 내다 팔았으며 이 영향으로 금리가 급등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69%에서 5.20%로 0.51%포인트, 회사채는 5.25%에서 5.85%로 0.60%포인트 올랐다.
정부와 투신사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SK글로벌 회사채가 포함된 채권형 펀드에 대해 당분간 환매해 주지 않기로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SK 분식회계 파장으로 전날보다 15.1원이나 오른 달러당 1245.0원으로 마감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종합주가지수도 520선까지 밀렸다가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간신히 530선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