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라크전을 핑계삼아 예정된 일련의 남북 접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유감이다. 더구나 북한은 존재하지도 않는 데프콘 를 거론하며 대화 상대방에게 칼을 내민다고 우리를 비난했다.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워 남북 접촉의 무산 책임을 우리측에 넘기는 북한의 억지논리가 안타깝다.
미국과 핵문제를 놓고 대립 중인 북한은 파죽지세로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강 건너 불인양 구경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라크를 뒤흔드는 충격과 공포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를 남북대화를 단절하는 빌미로 삼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이라크전의 교훈은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해결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 아닌가.
남북대화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 필요하다.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대화의 목표라면 전쟁의 위협이 한반도에 몰려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지금이야말로 남북이 만나야 할 때다. 남북이 대결구도를 날카롭게 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대화 거부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기를 바란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의 경계태세 관련 발언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북한이 이를 문제삼아 대화를 거부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오해 때문이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대화는 필요하다.
군의 방어준비태세(데프콘)와 대북정보감시태세(워치콘)조차 분간하지 못해 북한에 빌미를 제공한 송 대변인의 책임도 크다. 국가안보에 대한 무지는 대통령의 입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대한 결격사유다. 그렇지 않아도 송 대변인은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모르겠다 아는 게 없다며 쩔쩔매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언론과 오보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노 대통령이 국익과 관련된 송 대변인의 오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