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이 이라크를 공격한 지 18일째인 6일까지도 연합군과 이라크군의 주요 전투는 시작되지 않았다. 이라크군의 저항도 당초 예상보다는 심하지 않다. 끝내 주요 전투 없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가 무력한 것인가, 아니면 바그다드 시가전을 위한 전략적 후퇴인가.
개전 전 이라크군의 지상군은 17개 사단에 30만명이 넘었다. 이 중 공화국수비대가 6개 사단에 6만7만명,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친위부대인 특수공화국수비대가 1만5000명, 특수보안군이 5000명으로 정예요원만 해도 8만9만명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 주력군인 제3보병사단 병력은 1만5000명, 그리고 제1해병원정군이 4만6000명밖에 안 된다. 탱크도 모두 2200대로 미군의 M1 에이브럼 탱크 348대를 압도한다.
물론 장비의 성능과 화력 지원에서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이처럼 쉽게 이라크 중남부를 내주는 것도 예상 밖.
바그다드를 남동쪽에서 공략하는 미 해병 제3연대 제1대대는 개전 이후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적과 전투를 벌여 왔다. 쿠웨이트 북부 사막에서 출발해 바그다드 남쪽 24에 있는 살만 팍까지 오는 동안 비정규군의 산발적인 저항만 받았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6일 전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라크군의 무저항은 하나의 커다란 미스터리라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군에 따르면 공화국수비대소속 2500명이 5일 미 해병대에 투항했다. 일부는 연합군의 폭격과 포격으로 사망했다. 미군에 따르면 5일에도 이라크군 1000여명이 살해됐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전의() 상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군의 폭탄제거 한 팀이 2주간 노획한 탄약과 장비는 거의 소규모 내전을 일으킬 만한 규모. 이 팀은 4군데에서 로켓추진 수류탄발사기 658대와 박격포 950대, 수류탄 414개, 기관총 탄약 58만발 등을 발견했다. 이 통신은 병사들이 상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기를 버리고 달아났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5일 밤 미영 연합군의 대규모 바그다드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군의 대공포 사격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도 전의 상실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미군이 주장하는 수비대의 투항과 사망자 수를 다 합해도 전체 수비대의 규모에 비하면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아직은 주요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으며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은 엄청난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보는 전망도 나온다. 이라크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이라크군이 포기하지 않고 거세게 저항할 것이라고 BBC 방송은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생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한 의문. 미국은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으며 언젠가 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는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다 해도 이를 사용할 경우 얻는 전술적 이득보다는 전쟁의 명분을 잃는 전략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끝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