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의 자욱했던 포연이 서서히 걷히면서 전쟁이 몰고온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라크 곳곳에서 외신이 전해오는 사진만으로도 이라크 국민이 당한 피해가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가족의 피맺힌 절규나 두 팔을 모두 잃은 어린이의 슬픈 눈망울을 통해 우리는 이들이 전쟁 중에 겪었고 또 앞으로 겪지 않으면 안 될 상처와 아픔을 실감하게 된다.
전쟁은 끝나가고 있지만 이라크 국민은 이제부터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당장 먹을 물과 식량이 바닥나 굶주림과의 전쟁이 그들을 옥죄고 있다. 부상자들이 넘쳐나지만 의료 체계는 붕괴됐다. 병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의약품이 고갈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화재가 끊이지 않고 약탈마저 자행되고 있으니 이런 비극이 또 없다.
국제 사회와 함께 우리도 그들을 돕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가 1000만달러의 구호금을 보내기로 했고 사회 일각에서 의료팀을 파견하는 등 지원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으나 보다 발빠르고 진심어린 구호 활동이 필요하다.
전쟁의 상처로 말하자면 우리는 어느 국가보다 그 아픔을 잘 알고 있다. 625전쟁의 폐허에서 우리는 국제 사회의 도움으로 나라를 재건할 수 있었다. 이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베풀어야 한다. 정부와 적십자사 등 구호단체가 주축이 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이라크를 지원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대한 보은의 뜻을 더 잘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 어린이들은 전쟁 이전에 벌써 상당수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금은 혼란의 와중에 숫자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전쟁통에 고아가 되어 오갈 곳이 없어진 어린이는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들이 겪고 있을 정신적 불안과 공포가 안타깝다. 유난히 맑고 초롱초롱한 그들의 눈빛을 기억하자. 이번 전쟁의 최대 피해자들인 그들을 돕는 일에 정부가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