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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환자-접촉자 강제 격리" 인권시비 논란

"사스환자-접촉자 강제 격리" 인권시비 논란

Posted April. 13, 20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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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정부가 병원이나 자택 격리조치를 따르지 않는 환자 접촉자들을 경찰력으로 강제 격리하려는 방침을 마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11일 보건복지부 차관 주재로 열린 관계 부처 국장회의에서 이 같은 강제 격리 방침을 보고하고 사스 환자가 생기면 환자나 그 접촉자의 격리업무를 지원해 줄 것을 경찰청에 요청하기로 했다.

보건원 관계자는 13일 환자나 접촉자의 조기 격리가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2차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청도 이에 대해 보건원의 요청이 있으면 사스 환자 등의 격리와 후송업무를 도울 것이라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위험발생 방지조치 조항이 있어 복지부와 보건원이 위험판정을 하면 돕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전염병예방법에는 전염병 환자와 접촉해 감염이 의심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방역당국이 강제 격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 조항이 없어 인권 및 사생활 침해 등의 시비가 일 소지가 있다.

전염병예방법은 격리 수용시킬 수 있는 환자의 범위를 콜레라 페스트 등 제1군과 말라리아 비브리오패혈증 등 제3군 전염병 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제1, 3군 이외의 전염병 환자는 자가 격리 치료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환자 접촉자들의 격리조치에 대한 내용은 없다.

보건원 관계자는 전염병예방법은 전염병 환자 등의 보호와 진료를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며 단순 접촉자의 경우에도 2차 감염의 가능성이 높으면 공공의 이익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경찰력 등을 통해 강제 격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환자 접촉자를 환자와 동행한 여행객 간병인과 가족 등 동거인 환자의 체액이나 호흡기 분비물에 직접 닿거나 직장 학교 등에서 가까이 생활한 사람 등으로 분류했다. 관리기간도 환자와 접촉한 마지막 날로부터 10일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자택에 10일 동안 격리될 수 있는 대상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으며 이들은 이 기간에 생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격리에 따른 손실은 보전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 관계자는 전염병으로 인해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은 세계인권선언 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경찰이 개입할 정도라면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진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