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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신문선택도 정부가 조정하나

Posted April. 16, 20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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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빅3 신문을 겨냥해 언론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국민의 신문 선택에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 정부가 신문 정책에 관한 한 갈 데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점유율을 낮추려면 강제로 신문을 끊게 하는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가.

이 장관은 언론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이 75%가 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정한 독과점 제한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상위 3사는 동아 조선 중앙 3개 신문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어떤 통계자료에서도 75%라는 점유율 수치는 나와 있지 않다. 그보다 훨씬 낮은 수치만 나올 뿐이다. 이런 엉터리 통계를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 자유와 관련된 정책의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니 어이가 없다.

설령 점유율이 높다고 해도 방송과 비교해 보아야 한다.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는 매출액에서 8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언론산업에서 매출액 규모를 비교하자면 신문보다 방송 쪽이 훨씬 많다. 시장 독점에 따른 여론 독과점이 문제라면 방송 쪽이 더 심각하다. 신문에 독과점금지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보를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신문은 냉장고 세탁기 같은 공산품과는 구별된다. 정부가 일부 신문에 갖고 있는 적대감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사례다.

이 장관이 신문공동배달제에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도대체 신문배달과 문화산업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그의 법적 잣대가 상식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만든다.

영화감독 시절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옹호했던 이 장관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다. 이 장관의 비문화적이고 무모한 언론정책 실험은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