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에서 2400억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또 특수관계인으로만 알려진 제3자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530억원을 떼인 사실도 밝혀졌다.
시장에서는 SK글로벌을 비롯한 계열사 지원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SK해운은 17일 현재 사용명세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SK해운은 지난해 7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처럼 외부인에게 돈을 빌려주느라 2200억원의 적자를 냈다.
SK글로벌에 이은 SK해운의 이 같은 불투명한 자금거래와 회계부정은 SK그룹 전체에 대한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회사 밖으로 2900억원이 새나갔다=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200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K해운은 기업어음(CP)을 발행, 2392억원을 마련해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단기대여금으로 기재한 뒤 연말에 전액 손실처리했다. SK해운이 이 돈을 누구에게 빌려줬는지에 대한 자료제공을 아무 설명 없이 미루자 삼일회계법인은 17일 감사범위제한에 따른 한정 의견을 냈다.
지난해 매출액 1조1000억원대의 20%가 넘는 금액을 빼돌려 빌려준 후 몇 달 만에 손실처리한 것은 명백한 회계부정이라는 설명이다.
또 특수관계자로만 알려진 아상에 600억원을 빌려준 뒤 90억원을 회수하고 연체이자를 포함, 529억원을 손실처리한 사실도 불투명한 회계처리 사례라는 것.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자금 2900억원이 밖으로 새나간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SK글로벌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또 다른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회사의 어음 29장을 특수관계인에게 별도로 제공했다가 전량 회수한 뒤 폐기처분한 사실이 새로 드러나 그룹 내 계열사와 어떤 방식으로 얼마 규모의 자금거래가 있었는지 의혹을 사고 있다.
SK해운, 자금난 넘길 수 있나=삼일회계법인은 SK해운이 올 16월 2935억원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를 제대로 갚지 못하면 곤경에 빠질 것이라 밝혔다.
이에 대해 SK해운은 영업이익과 만기연장, SK 및 SKC의 유상증자로 갚을 계획이며 증자대금은 1000억15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K는 외국인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부실계열사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SK의 SK해운에 대한 증자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K해운의 단기차입금 잔액이 현재 1980억원으로 줄었는데 현금보유액이 850억원 수준이라며 유상증자를 뺀 상황에서 자금조달계획을 세웠는데 그렇게 하려면 채권단의 만기연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SK해운의 불투명한 자금거래로 기업자체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있어 채권단이 만기를 연장해줄지는 미지수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SK해운이 비상장사여서 한국공인회계사회에 감리를 요청할 것이며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조사과정에서 두 회사의 연관성 부분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