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과 SK해운이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먼 인척이 운영하는 아상에 모두 5330억원을 대신 지급하거나 빌려줬다가 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SK글로벌과 SK해운이 아상을 변칙적으로 지원했고 또 이를 숨기기 위해 회사에 보관해야 하는 발행어음을 폐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상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어 돈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계열사간 변칙 자금거래=20일 금융계 및 회계업계에 따르면 SK글로벌은 합판 관련 회사인 아상이 78년 설립된 이후 작년까지 지급보증을 서줬다가 아상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이를 대신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SK글로벌은 지급보증 사실이 드러나면 신용도가 떨어질 것을 걱정해 SK해운을 동원했다. SK해운이 기업어음(CP) 4800억원을 발행, 이를 SK글로벌이 사주고 SK해운은 그 돈으로 아상의 채무를 갚은 것.
SK글로벌은 보증채무를 대신 갚으면서 아상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4800억원을 장부상 예금 형태로 기록했으나 회계법인은 회수 가능성이 없다며 모두 손실 처리했다.
이 돈은 바로 검찰이 밝혀낸 분식회계 1조5000억원 이외에 추가로 발견된 부실로, 이 때문에 SK글로벌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편 SK해운은 CP발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어음을 폐기처분하고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또 아상에 600억원을 빌려줬으나 90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하고 미수이자를 포함해 529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결국 SK글로벌 4800억원, SK해운 529억원이 아상에 이상한 형태로 흘러들어갔고 두 회사는 모두 특수 관계인 자금지원에 대한 공시의무를 위반했다.
아상의 정체는 무엇인가=78년 선경목재란 이름으로 설립돼 86년 우림목재, 92년 아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목재 관련업체로 등록돼 있으며 99년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아상의 김덕림() 대표이사는 최 회장의 먼 인척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는 겉으로 드러난 내용이 별로 없다.
특이한 것은 이 회사가 8498년 15년간 회계감사에서 연속 한정 의견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SK그룹은 아상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SK해운은 99년 아상이 갖고 있는 부동산을 450억550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보유 중인 서울 강남구 세곡동 토지 상당부분도 아상에서 사들였다.
아상의 99년 말 단기차입금이 3550억원으로 자금압박이 심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SK해운이 부동산 매입을 통해 자금을 대준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