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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똥 확산막는 차단막 수사인가

Posted May. 01, 20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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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에게 정치자금법을 적용한 것은 수사의 불똥이 더 높은 곳으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차단막 수사라는 의혹을 낳았다.

노무현 캠프 합류 이전에 돈을 받은 염동연씨에게는 불법로비와 관련한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면서 당시 독립 정치인으로 보기 어려운 안씨에게 정치자금법을 적용한 검찰 수사에 봐주기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불법로비 자금 대신 대가성이 없는 정치자금으로 판단하면 가벌성이 약해져 결과적으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검찰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안씨는 줄곧 돈 준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돈 받은 일도 없다고 부인하다가 최근 생수회사 투자자금으로 2억원을 받았다고 말을 바꾸었는데 검찰은 이 진술을 그대로 수용했다. 자본금 5000만원 회사에 2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확보나 경영에 관심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불법로비와 관련된 투자행위였는지에 대해 더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검찰이 여론과 청와대의 틈바구니에서 모범답안을 만드느라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당시 의원 신분이던 노 대통령은 1999년 돈이 흘러들어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소장직을 내놓아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검찰은 밝혔으나 안씨는 연구소의 오너가 아니고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김호준 보성그룹 전 회장의 동생 효근씨도 안씨가 노 대통령의 측근이고 자치연구소가 노 대통령 측근들이 있는 곳임을 알았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노 대통령이 무관하다는 점만 강조해 스스로 수사의 상한선을 그었다.

이 돈이 설사 연구소의 경영과 측근들의 활동비에 보태 쓰라는 순수한 목적의 정치자금 성격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노 대통령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헌법상 재직 중 내란 외환의 범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사건으로 소추되지 않지만 노 대통령은 스스로 이 사건과 관련해 숨김없이 석명하는 것이 옳다. 우리는 검찰의 보강수사를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