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화물연대파업 사태에 대해 관계장관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은 뒤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이 나라 장관들이 이런 식으로 있어도 됩니까와 공무원들이 노는 게 아닙니까라는 두 마디 말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준 것 같다. 얼마 전 노 대통령이 토로한 국민의 정부가 겪었던 여러 가지 실패 과정의 반복에 대한 불안감이 구체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보인다.
사실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도 시종 개혁을 외쳤는데 참여정부가 다시 개혁을 외치는 것은 이전 10년간의 개혁이 미완이거나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국민이 개혁의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두 개만 꼽는다면 국정 우선순위의 혼선 및 명분과 현실의 괴리를 들 수 있다. 장관들이 상황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법석을 떤 것은 전자에 해당하고, 공무원들을 놀게 만든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우선순위의 혼선은 국정혼란과 부실을 부른다. 무엇보다도 최대 현안인 경제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비판이 많다. 평균 83 대 1이라는 올 상반기 주요기업의 기록적인 취업경쟁률은 그에 대한 확실한 경고다. 북핵 문제나 교단 갈등에 대한 정부의 모호하고 미온적인 대처도 국민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명분과 현실의 괴리는 개혁을 표류케 한다. 개혁을 솔선해야 할 정치권이 신당논의니 당권경쟁이니 하면서 슬그머니 열외로 빠진 상황에서 개혁 동참 호소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일선 공무원들조차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개혁이라면 국민 속에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국가경영에 실패하고 개혁에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적인 국가경영이 곧 개혁의 충분조건인 셈이다. 지금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개혁의 무질서와 부작용의 결과부터 바로잡는 게 참여정부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