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두 사람은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노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에게 의원 명패까지 집어던졌던 악연이 있다.
하지만 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는 불기 2547년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두 사람의 연등이 나란히 사이좋게 걸렸다.
이날 조계사 앞뜰에는 5만여개의 연등이 걸렸다. 정치인과 불교지도자들의 연등을 모아놓은 VIP라인도 있다. 대웅전을 정면에서 바라볼 때 왼쪽에는 종정 등 불교계 어른, 오른쪽에는 정치인들의 연등을 내건다.
VIP라인의 순서는 권력의 부침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올해는 노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연등에 이어 민주당 정대철() 대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 자민련 김종필() 총재, 민노당 권영길() 대표,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에는 김대중() 대통령(이하 당시 직함), 전 전 대통령, 이한동() 국무총리,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자민련 김종필 총재,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 등의 순이었다.
조계사 관계자는 등을 다는 순서에 특별한 규정은 없고 전현직 대통령, 여당, 야당, 광역단체장, 전직 여야 고위직 등의 순서로 한다며 이 경우 보통 등값으로 10만원대의 시주를 하기도 하지만 예우 차원에서 사찰에서 그냥 달아드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