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라크 시아파 최대 거물인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63)이 귀국해 미국 주도의 서구식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나섰다. 앞서 미국은 이라크전쟁의 핵심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를 찾는 데 실패했음을 9일 자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반미() 성향이 강한 시아파의 득세와 목표가 불분명한 전쟁을 벌였다는 이슬람권의 반발 등이 예상돼 미국이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킴, 이슬람 중심 국가 창설 요구=이라크 반체제 단체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의 창설자인 하킴이 23년간의 이란 망명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핍박을 피해 망명했던 하킴은 이란의 이슬람 혁명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에 비견되는 이슬람 시아파 거두. 그의 귀국은 향후 이라크 정부 구성을 위한 권력 투쟁 과정에서 시아파의 세력 확대와 무관치 않다.
그는 시아파 주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가진 첫 연설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는 이라크의 이슬람 문화와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11일 전했다.
그는 이라크는 이슬람 율법에 기반을 둬야 하며 이슬람에서 금하고 있는 서구식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러나 극단적 이슬람은 원하지 않으며 자유선거를 통해 모든 종파를 아우르는 현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하킴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그가 이란식 신정()국가 건설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고 이라크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이란과 모종의 연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 하킴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 정신적 지도자 역할에 만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WMD 수색팀 단계적 철수=이라크내 WMD 수색 임무를 수행 중인 미군 제75 특수수색팀이 WMD는 발견하지 못한 채 단계적으로 임무를 축소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 전했다.
신문은 특수수색팀이 7주간의 임무를 정리하고 다음달 이라크를 떠날 예정으로, 이는 이라크전의 주된 목적이 실패했음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색팀은 19곳의 주요 무기 의심장소 가운데 17곳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결과는 한결같이 실망스러웠다고 전하고 있다. 수색팀장인 리처드 맥피 대령은 우리 팀이 화학무기를 찾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WMD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맥피 대령의 발언을 미국이 WMD 자체 보다는 WMD 생산능력을 확인하는 쪽으로 방침을 후퇴했음을 의미한다고 9일 풀이했다.
신문은 WMD 의심 장소에 대한 정보 부족과 보안 유지 실패로 인한 증거 인멸을 수색팀의 주요 실패 원인으로 들었다. 정보의 양이 지나치게 부족했고 알려진 것도 불확실한 것이 많았던 데다 약탈 때문에 각종 증거가 대부분 파괴됐다는 것.
당초 WMD 수색만이 목표였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의 비인도적 범죄와 테러집단 연계 증거 등으로 임무가 확대분산된 탓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