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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너를 품에 안고 싶어

Posted May. 15, 20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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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바닷가(Cote dAzur)라는 별명이 붙은 칸 해변을 배경으로 들어선 팔레 드 페스티발(축제궁전)에 선혈처럼 붉은 카펫이 깔리면서 세계적인 영화 축제가 막을 올렸다.

14일 오후 7시(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팔레 드 페스티발. 개막작 팡팡 라 튤립의 주연배우 페넬로페 크루스와 뱅상 페레가 영어 불어 스페인어로 제56회 칸 국제 영화제의 개막을 알렸다.

올해는 사스(SARS), 프랑스의 노조 파업으로 인한 항공기 결항 등이 악재로 작용했지만 세계에서 몰려든 영화팬들의 열기는 변함없었다.

개막식날 오전부터 팬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팔레 드 페스티발 앞 크루아제트 거리는 오후 2시가 되자 치열한 자리 경쟁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테러 위험을 경계하기 위해 개막식장 주변에 경찰 5개 중대가 배치됐으나 삼엄한 경계의 분위기도 페넬로페 크루스, 모니카 벨루치, 멕 라이언, 앤디 맥도월 등 레드 카펫을 밟으며 입장하는 스타에 대한 환호성에 파묻혀 버렸다.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인 칸에는 현재 외신기자 4000여명과 영화 관계자 및 관광객 15만명이 모인 것으로 주최측은 추산하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서는 13개국에서 온 20편의 영화가 자웅을 겨룬다. 프랑스가 6편, 미국이 3편을 올렸고 아시아권 영화로는 일본(2편), 이란(1편), 중국(1편), 터키(1편) 등 4편이 올랐다.

올해 경쟁부문 진출작들은 로우 예, 누리 빌게 세일란, 구로자와 기요시 등 신예와 피터 그리너웨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라울 루이즈, 라스 폰 트리에, 알렉산더 소쿠로프 등 중견 감독들의 대결로 압축된다. 경쟁 부문 뿐 아니라 비경쟁 부문 상영작 70편, 마켓 상영작을 모두 포함하면 열흘간 칸에서 상영될 영화들은 모두 700여편에 이른다.

올해 칸 진출작 가운데 미국 영화는 많지 않다. 그러나 크루아제트 거리 양 옆에 줄지은 광고판들은 15일 이곳에서 대규모 시사회를 갖는 매트릭스 2 리로디드, 요란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터미네이터 3의 포스터로 뒤덮여 있다.

한국은 지난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이 감독상을 받으며 선전했으나 이번에는 주요 부문에 단 한 편도 올리지 못했다.

다만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비평가 주간 특별상영), 전선영 감독의 굿 나이트(비평가 주간), 박종우 감독의 단편 사연()(감독 주간),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회고전), 김현필 감독의 단편 원더풀 데이즈(시네퐁다시옹)가 칸을 찾았다.

한편 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영화 배급 및 수입업자, 투자자가 참가하는 칸 필름 마켓에는 70여개국에서 온 7000여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강제규 필름, 미로비전, 시네클릭아시아 KM 컬쳐 미로비전 코리아 픽쳐스 등 8개 업체가 부스를 마련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김수경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