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하겠심더. 죽겠심니더.
19일 대구 시내에서 만난 기업인과 택시 운전사들은 경기가 어떠냐는 물음에 상당수가 손사래를 치며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대답했다. 대구는 4월 어음부도율이 0.75%로 작년 같은 달 0.46%에 비해 높아졌으며 3월 산업생산은 작년 3월보다 1.8% 줄었다.
광주의 대표적 공단인 하남산업단지 역시 잇따른 부도와 휴폐업으로 올 들어 전체 800여개 입주업체 가운데 50여개사가 문을 닫거나 공장을 옮겼다. 이 공단은 14분기(13월) 생산실적이 1조176억원으로 작년 44분기(1012월)의 1조4850억원에 비해 30%나 줄었다.
전국이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은 이라크전쟁이 끝나면 경기가 서서히 회복돼 올해 경제성장률이 6%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잦아들고 있는데도 경기는 나아질 줄 모르고 있다. 최근 경제전망은 4%대 성장만 하면 성공이라는 쪽으로 하향 조정됐다.
소비자들과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싸늘하다. 대구에서는 지난달에도 4000억원대 자산의 섬유업체 갑을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의 협력업체 212개사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하남공단에서도 지난달 자동차 부품업체 K기업이 부도를 냈고 산업기계 제조회사인 K기업, 주유기 생산업체 I기업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4월 전국의 부도업체 수는 507개로 27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최근의 경기 침체는 극심한 투자부진 양상을 띠고 있어 산업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약화되고 제조업 공동화()가 가속화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국내 생산시설을 잇달아 해외로 옮기거나 국내 증설을 멈추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인력난과 고임금을 피해 중국 동남아로의 엑소더스에 가세하고 있다.
저금리와 경기불황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은 부동()자금으로 떠돌아 기업에 제대로 흘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금융기관의 단기자금(만기 6개월 미만, 증권사 고객예탁금 포함)은 모두 387조원으로 2월 말(380조원)과 작년 말(378조원)보다 늘었다.
산업연구원(KIET)의 김도훈() 산업정책실장은 시중자금이 생산과 투자로 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면서 경기회복 여부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불안감, 노사문제 등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