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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니누크 개발 길 열렸다

Posted May. 21, 20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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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은 소형 핵무기의 연구개발을 금지해온 법을 폐기해 달라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20일 오후(현지시간) 승인했다. 이로써 잠재적인 적국의 지하시설에 대한 효과적인 핵 공격 가능성이 열렸다.

미 상원은 이날 1993년 국제적인 핵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 내 소규모 핵탄의 연구개발을 금지하기로 한 스프랫-퍼스법을 폐기해 달라는 행정부의 요청을 놓고 표결을 벌여 51 대 43으로 통과시켰다.

미 행정부, 연구만 한다(?)=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표결에 앞서 정부는 단지 이들 무기를 연구만 하며 개발, 배치,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생산하지 않을 폭탄을 연구만 한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다른 나라에 핵무기를 개발하지 말라고 요구해온 미국의 노력이 손상을 입게 됐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 국방부는 현재 신형 벙커버스터 핵탄 연구용으로 1550만달러를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AFP통신은 이 신형 폭탄이 이론적으로 1000t의 TNT를 한꺼번에 터뜨리는 위력과 맞먹어 30100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개발 예산은 4005억달러 규모의 2004년 국방예산안에 포함돼 있어 공화당측은 원활한 예산안 통과를 위해 21일 심의과정에서 민주당과 막판 타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니누크 지하관통력은 막강하지만=통상 소형핵무기(미니 누크)는 TNT 5000t 이하급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은 1만5000t급.

미니누크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등에 가입하면서도 국지적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는 장점 탓에 개발되기 시작했다. 900만t의 폭발력을 지닌 B53 등 전통적인 벙커버스터들이 땅속 목표에 1차 충격을 가하고 마는 데 비해 B61-11 같은 신형 벙커버스터들은 겹충격 효과를 통해 더욱 깊이 숨겨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

미니누크들은 지난해 1월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처음으로 필요성이 제기됐다. 같은 해 12월 행정부의 핵전략보고서에서 비핵보유국에 대한 선제 핵공격 금지조항이 폐기되면서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을 잠재적 타격목표로 거론했다. 다만 미니누크는 지표면에 방사능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이 문제. 강정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5000t급 핵폭발이 지표면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지하 약 200m에서 폭발해야 한다며 현존하는 어떤 벙커버스터도 기폭장치 등이 손상되지 않으면서 그 정도의 지하를 뚫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래정 ecopark@donga.com